티스토리 툴바


블로그 이미지
일본드라마와 일본문화, 그리고 시사관련 기사를 좋아하는 버드나무가 다시보는 세상
버드나무그늘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

free counters

일본드라마 "프라이드" - 그리고 다시 사랑하라!

2009/09/27 13:59 | Posted by 버드나무그늘




프라이드, 그리고 다시 사랑하라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넘치는 자신감으로 블루 스콜피온즈 실업 아이스하키팀의 주장을 맡고 있다. 야구, 축구에 견주어서는 인기도가 떨어지는 종목이지만, 그 안에서 열정을 불태우는 선수들과 함께 정상을 향해가는 것이 "프라이드"인 주인공 "사토나카 하루".


Queen의 "I was born to love you"가 흐르고, 아이스하키의 격한 모습이 나와서 자칫 남성 스포츠 드라마로 오인되기 쉽지만, "프라이드"는 지극히 현대인의 사랑의 모습을 다루고 있음을 놓치면 안된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것은, 애초에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당사자들이 그렇게 만들어갈 따름이다. 다만 상처주지 않는 것이 중요할 뿐.


하지만 다른 스타일의 사람도 있으니, 하루의 눈길을 끈 "무라세 아키"라는 여자다. 2년이 넘도록 한 남자를 기다리는 모습은, 드라마의 첫화에서도 눈길을 끈다. 


사랑이라는 것에 대한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내가 내가 아닌, 그 무언가가 되어버리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일테니까. 하지만, "빠지게 되었을 때"는 이미 헤어나오지를 못한다. 그건 아마도, "나를 치유해주는 사람"이 아닌, 내가 다른 누군가를 "치유해 주어야할 때" 오는 자기 자신에 대한 놓침을 이야기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아키는, 여전히 자신을 떠나간 남자를 기다린다. 이건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집을 지키는 아내의 모습을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디론가로 떠나간 무역상을 기다리는 아내처럼. 하지만 그녀가 본인 일상을 완전히 놓친다면, 그건 본인 스스로가 견딜 수가 없는 것일지도 모르기에, 그저 일상처럼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드라마 "프라이드"의 걸친 주제를 찾아볼 수 있는 부분이다. "회복시켜주고 충전시켜주는 여자는 별로 없다. 그리고 남자는 반드시 그 여자의 품으로 돌아온다"라는 부분이다. 세상에는 남자의 체력을 소모시키는 여자들이 넘쳐나지만, 그런 남자의 지친 모습을 감싸줄 수 있는 여자는 너무나 적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다시 돌아오게 되지 않던가?


하루는 아키에게 계약 연애(?)를 제안한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지켜봐주기를 부탁한다. 그건 아마 아키가 지친 남자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각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남자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그런 감정 말이다.


하지만 아키 역시 100% 그런 여자일 수는 없다. 본인 스스로 고민하고는 있지만, 아무런 희망 없이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일 테니까.


한참 'now on sale"중이라고 말하는 아키. '정'이 들어버려서 게임이 끝난다는 것은, 시간이 지나갈 수록 서로의 본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점점 자기 자신에게 맞춰가려는 상대에 대해서 힘들어한다는 모습을 나타낸 것은 아닐까? 원래의 모습-그것이 게임이라도-에 충실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큰 사랑의 매력일 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굉장히 중의적인 대사 표현이다. 표면적으로 보자면 기다리고 있던 남자를 계속 기다리겠다는 해석도 될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뜻은 조금 다르다. "돌아오지 않는 남자"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곁에 있는 남자"를 기다리며, 그 안 에서 스스로의 기특한 모습을 찾고하는 그런 "프라이드"라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내용을 받아들이면 드라마 해석이 큰 무리가 없어진다.


하루를 몰아세우는 아키. 하지만 얼마나 많은 경우에,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내린 것"에 상대방을 대입시키는 것일까? 상대방이 어떤 모습일 지 모르는데, 스스로의 독단으로 몰아세우는 건.. 역시나 무리한 일일지도 모른다.


애초의 계약조건에서는, 아키의 남자친구가 돌아오게 되면 계약은 자동종료가 된다. 하지만, 아키도 조금씩 하루의 모습에, 하루의 사랑에 물들어가게 된다.


하루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난처할지도 모르겠다. 연애를 "게임"으로만 생각해왔던 사람이, 어느 순간에 상대방에게 빠져드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에 대해서는 고민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아키의 입장에서도 난감하지 않을까? 적절하게 선을 긋는 남자와의 아슬아슬한 연애를 즐겨하는 여자는 아마 무척이나 적을 테니까.


하루의 어머니가 등장하면서, 아키는 하루의 약한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상처받지 않으려 하는 것은, 어쩌면 평생 받을 상처를 이미 다 받아버려서, 더 이상 상처라는 것을 받고 싶지 않으려하는 모습이 되었을 지도 모르니까. 그렇기 때문에 상처받지 않는 연애를 이어가고자하는 하루의 닫힌 마음을, 아키는 따뜻하게 감싸준다.

남자라면 어느 곳에서도 쉽게 울지 못하는 법이다. 그리고 그런 것을 "남성성"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눈물이 나도 울지 못하게 된다. 그런 남자를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남자는 충분히 안심을 하지 않을까?

아마 원시시대부터, 수렵을 하는 남자들 앞에 무시무시한 맹수들이 우글거리더라도, 그런 두려움에 하루를 보낸 남자를 여자가 따뜻하게 안아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맹수들에 견줄 수 있는 용기를 얻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드라마가 잘 만들어졌다는 것은 이 안에 있는 복선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미 하루와 아키는 사랑에 빠졌는데, "리셋"된다는 모종의 암시로 아키의 옛 애인의 등장을 눈치챌 수가 있으니까.



아키의 친구들이 함께 가서 찍은 웨딩드레스 촬영에서, 아키는 그 사진을 하루에게 준다. 그리고 하루는 너무도 당연하게 한장 더 달라고 한다. (이 사진의 용도는 나중에 다시 나오게 된다.) 또한 아키는 더이상 무의미한 기다림을 끝내고, 아키와 사랑을 하려고 한다. 다음에 나오는 전화를 받기 전에는..


아키의 옛애인이 돌아오게 된다. 둘을 결혼을 약속하였지만, 2년 가까이 연락없이 떠나간 남자였다. 하지만 2년의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어진 기다림에, 그 기다림의 끝에 아키는 방황한다.


고전적이다. 아키가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 "나를 누구한테도 안 준다"고 말해달라고 한다. 2년 동안이나 다른 사람을 기다리게 할 정도라면, 충분히 그만큼의 매력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또한 지금 앞에 서 있는 하루 역시도 그만큼이나 매력이 있다. 곧, 어느 한 쪽을 택하게 되더라도 후회를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자신을 보다 더 원하는 사람 곁에 있는 것이 가장 낫지 않을까? 어찌보면 가장 적절한 부탁을 한 것이었지만, 이 부탁에 하루는 대답을 하지 못한다.


하루는.. 스스로의 모습을 다시금 떠올리고-게임으로 연애를 하는 본인, 상처투성이인 본인- 아키와의 이별을 고한다. 자신에게 아무리 아키가 필요하다 하더라도, 아키 스스로에게는 아키를 챙겨줄 수 있는 남자가 더 어울릴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드라마에서 아키는 동음이의어다. 아키(秋,가을)이라는 뜻과 하루가 좋아하는 아키(무라세 아키)라는 뜻. 이는 곧, 아키를 만나 사랑하게 된 가을이 올 때마다 그녀가 생각날 거라는 표현이 아니던가.


아키는 하루의 이별통보를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건, 하루가 그녀에게 믿음을 심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믿음을 준다는 건, 스스로 믿어달라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감정을 자신의 감정과 동화시키는 상당히 고차원적인 일이 된다. 하루가 제안한 "게임같은 사랑"에서는 즐거움은 쉽게 줄 수 있어도, 믿음을 주기는 쉽지 않다.


하루와 아키의 사랑은, 분명 즐거움이 있지만, 무언가 아슬아슬하다. 어느 한 쪽이 심하게 다른 상대방을 사랑하게 되면 Game Over, 또한 상대방에게 마음을 잃어도 Game Over. 아슬아슬함에 즐거움을 찾아낼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사랑보다는 차분하고 안정적인 사랑을 꿈꾸는 아키에게는 애초에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하루는 이별을 통해서 무언가를 잃거나, 사랑을 통해서 무언가를 얻는 스타일의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처받지 않는 것"이 프라이드인 사람이다. 친구로부터 "프라이드를 버리는 것도 의외로 프라이드가 필요한 일"이라고 말을 듣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곧, 선발투수만을 맡았던 야구선수가, 마무리 투수 보직을 처음으로 맡게 되었을 때, 지금까지와는 다른 그 무언가를 맡게 되었을 때, 기존에 가졌던 프라이드를 버리는 것도 프라이드가 필요한 것이라는 것과 같은 의미인 것이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서는 프라이드가, 그것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프라이드가 필요하니까.


아키가 하루에게 생일 선물로 준 스탠드 전구에는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아마도"라고 쓰여 있다. 뒤늦게 그걸 발견한 하루는 가슴이 아플 따름이다.


하루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아키. 하루를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람을 위해 마음을 써 줄 수 있어야 하는 사람인데, 아키는 본인이 그렇게 할 자신이 없다. 자신이 없는 까닭은 하루가 그만큼의 믿음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을 2년 동안 기다리게 했던 옛애인에게도 예전처럼 대할 자신은 없다. 아마 하루하루의 일상을 함께 보낼 수는 있겠지만, 하루와의 사랑이 채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옛 애인은, 아키를 버려두고 간 2년 동안의 아키의 변화에 깜짝 놀란다. 아니 어쩌면 그냥 이별을 통보하기 위해 입국한 것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옛 애인에게 누군가 다른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에 놀랐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찌 보더라도 이건 무척이나 찌질한 짓이다.


모두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좋은 점만을 보이려고 노력한다. 그 좋은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자신을 사랑해 달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결점은 되도록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결점이 하나하나 보이기 시작하면서, 결국 그냥 이 사람과 계속 참으면서 만나자-정이 쌓였으니까-고 정하거나, 아니면 헤어짐을 택한다.

혹시나 만약 그런 결점이라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그것이 행운이 아닐까?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사랑이 아니기에...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옛 애인의 생각을 적절하게 표현한 대사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과연 스스로 아키의 지난 모습과 시간을, 하루를 사랑했던 그 모습과 시간까지를 모두 다 포용할 수 있냐고 묻는 질문인 것이다. 대부분의 남자라면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겠지. 아키는 지금도 하루를 사랑하고 있으니까.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여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남자는 세상에 그닥 없으니까.


온갖 폼을 다 잡으면서 옛 애인을 아키를 놓아준다. 진작에 놓아주어야 했지만, 그럴 수 없었던 자신의 헛된 욕심을 버리면서.


하루가 캐나다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혼자가 아닌 함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혼자서 멋진 일을 하였더라도 함께 기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더 힘이 나고, 지금 무척이나 힘든 일에 빠져 있더라도 함께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금방 벗어날 수가 있다. 하루의 마음 속에서 아키는 그 동안의 게임의 대상이었던 여자들과는 다른 의미로 존재하게 된 것이다.


드라마 프라이드를 통해서 하루는 딱 한번 Must be 라고 표현을 한다. 드라마 한 편을 통해 마지막 주제를 찾는 대사. 그건 바로 "너이기 때문에 사랑할 수 있는, 너이기 때문에 내가 힘이 날 수 있는, 너이기 때문에 내가 존재할 수 있는" 사랑이 아닌 것일까?



드라마를 보면서, 내가 가장 크게 느낀 건.. "다시 사랑하라"라는 생각이었다. 다시 사랑하라, 다시금 사람을 찾아보라, 내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찾아서 사랑하라. 그것이 바로 "프라이드"라고 생각이 된다.



★ 참고 사이트

※ 프라이드 (プライド/ 후지TV / 2004)
'나의 긍지를 걸고 너를 사랑해' 프라이드 (Pride) - 2004
프라이드 ep1-2 하루의 디펜스
※ 쿠키뉴스 생활/문화('10.10.26), "사랑에 빠지는 시간? 단 0.2초! 극도의 희열"


TRACKBACK | http://naya7931.tistory.com/trackback/7 관련글 쓰기

Comment

  1. "May Be~" 키무라타쿠야의 드라마는 언제나 관심을 가지게 되더군요

    연기도 잘하고 멋도 있고....

    그 시합 시작 전 자신만의 주문을 거는 모습 또한 시합 시작 직후의 그 눈빛

    대학교에서 일본어 공부할때 보았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군요

    • 프라이드는 보면 볼 수록 점점 그 내용이 조금씩 이해가 되는 것 같아요. ^^

      정말 이런 사람 만날 수 있다면, 그게 행운이죠..ㅋ

  2. 정말 대사를 외울만큼 많이본 드라마 같네요 ㅎㅎㅎ
    1-2부가 좀지루한것외에는 뭐하나
    빼놓은게 없는 좋은드라마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