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방가방가"가 전해주는 씁쓸한 메시지

2010. 11. 17. 00:10세상보기/조금 더 날카롭게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방가? 방가!" ] (1)


가벼운 마음으로 보면 재밌을 거라는 영화 "방가? 방가!"를 보고 왔다. 애초에 저예산 영화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웃음을 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도 충분히 알고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는 조금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방가?방가!
감독 육상효 (2010 / 한국)
출연 김인권,김정태,신현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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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은 어줍짢은 스펙으로 대한민국에서 정상 취업(?)이 힘들 듯한 김인권의 고군분투기가 나온다. 오죽하면 저럴까 싶기도 하지만, 일단 웃음을 주기 위한 코드로 참고 보기로 했다. (사실 재미가 있기도 하였으니까.)


[ 동영상 출처: 영화 "방가? 방가!" 홈페이지 ] (2)


[ 동영상 출처: 영화 "방가? 방가!" 홈페이지 ] (2)


그런데 가만히 보고 있자면,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모습들이 너무 많이 나온다. 먼저 베트남 출신의 예쁜 아가씨를 대상으로 하는 아무렇지도 않은 공장장의 성추행에서부터, 임금체불, 불법적인 작업시간 연장 및 휴일 노동, 이민국의 단속과 함께 사회적인 차별에 이르기까지...

뭐 자본주의 국가에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해도,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와서 "할 줄 아는 거라곤 영어밖에 없는 머리에 똥찬 외국인 강사들"에게서야 미움의 칼날을 마구마구 휘둘러도 되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하지 않으려고 하는 3D 업종에 종사해주는 외국인들이 아니던가.

Canon | Canon EOS 5D | 1/100sec | F/3.2 | 0.00 EV | 90.0mm | ISO-1250 | Off Compulsory | 2009:12:25 22:43:19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방가? 방가!" ] (1)


그들이 보여주는 삶과 생활의 모습 그리고 차별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웃음 속에 버무리려 했지만, 웃음으로 버무리기에는 주제가 참 무거웠던 것 같다. 같은 사람으로서 이제는 이루기 힘든 "코리안 드림"을 안고 우리나라에게 자리를 잡은 그들의 이야기를 내가 지금껏 따뜻하게 봐온 적이 있던가? 나 자신부터 반성해야 할 것들인 것이다.

Canon | Canon EOS-1D Mark III | 1/60sec | F/3.2 | 0.00 EV | 80.0mm | ISO-2000 | Flash did not fire | 2010:01:15 23:59:54

"대한민국"이라는 국적을 가지고 있어야 아이와 함께 한국에 머무를 수 있는 베트남의 어린 아줌마의 이야기부터, 편의점 알바생을 좋아하지만 그냥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청년의 시선, 그리고 다들 사연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들.

우리나라가 힘겨웠을 때 독일로 남자들은 광부로 일하러 가고, 여자들은 간호사로 일하러 가서, 독일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했을 때의 기억처럼, 저들의 나라가 강성해졌을 때 그때도 그 나라 사람들이 지금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을까?


하지만 멀리 내다보자. 앞으로 20년 정도만 지나면 어쩌면 상황은 역전될 지 모른다. 마치 필리핀이 1970년대 우리나라보다 훨씬 잘 사는 나라였지만, 그 시간 동안 우리나라가 역전한 것처럼 말이다. 우리나라도 어찌될 지 모르는 상황이니까.

베트남의 젊은 아주머니가 대한민국의 남자와 결혼하여 국적을 "대한민국"이라고 변경하였을 때, 그 아이는 아마 bilinguist(두 나라 말을 할 줄 아는 사람)가 되겠지. 그렇다면 아마도 대한민국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이들보다는 비교우위에 설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적어도 시장을 점점 제3세계로 확대해나가는 현재의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말이다. (다만, 그들이 그렇게 bilinguist로 성장해나감에 있어서 충분한 지원이 될까가 걱정이긴 하지만 말이다)


대한민국 땅에서 대한민국 사람들을 대신해 힘겨운 일을 하고 있는 그들에게도 올 겨울이 춥지 않은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 참고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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