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에 자리양보, 강요받아야 하는 글로벌 에티켓인가?

2010. 11. 20. 00:10세상보기/조금 더 날카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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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한국일보 생활/문화('10.10.28), "노인들에 자리양보, 글로벌 에티켓일까" ] (1)


지하철에서 자리 양보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60대 할머니와 10대 여학생이 50여년이라는 세대차이를 극복하고, 할머니가 여학생의 머리채를 붙잡고 싸우고 나자빠진 일이 있었다.

처음에는 "지하철 패륜녀"라고 동영상이 뜨며, 60대 할머니에게 반말을 한 여학생을 몰아가더니만, 나중에는 저 60대 할머니는 상습범이라면서 다른 직장인의 체험담(?)까지 올라가며 이야기가 분분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할머니들이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노인에게만 자리양보 언제까지 강요할 것인가?

지하철에는 "노약자석"이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그 노약자석은 "환자", "임산부", "노인", "꼬맹이들"이 앉을 수 있게끔 되어 있다. 일반인보다는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그 자리를 내어줌으로써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하긴 요즘에는 일반인들이 편히 앉아갈 수 있는 7좌석에서도 "요 자리는 노약자석입니다"라는 문구가 보여서 눈쌀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자. 그럼 출퇴근길에 잘 한번 보라. 그 자리에 과연 노인들 외에 다른 사람들이 앉아갈 수 있는 분위기인지 말이다. "어린이들", "목발을 쓰는 환자들", "임산부들"을 당신은 좀 보았던가? 글쎄, 내 경험상으로는 노인들이 항상 그 자리를 차지하고, 그 자리에 앉지 못한 노인들은 일반인들이 앉아있는 자리에 와서 "양보를 강요"하는 모습을 본 적이 많다. 오죽하면 일반적에 앉은 사람들의 대부분이 지하철에서 눈을 감고 가겠는가.

"노약자석"은 노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굳이 의미를 따지자면 "약자"를 위한 것이다. 그들은 걸음도 느리고, 몸이 힘겨운 그 누구도 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내가 다리를 다쳐서 걷기가 힘들 때, 서 있기가 힘들다면 나는 노약자석에 앉아가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티도 나지 않는 임산부들 같은 경우에는, 젊은 여자가 앉았다고 해서 호통당하는 것이 현실 아니던가? 그래서 임산부들은 산모수첩을 노약자석에 앉을 때 손에 꼭 쥐고 앉는단다. 이게 무슨 코미디도 아니고...ㅡ.ㅡ;

이미 지난 2010년 9월 1일부터 7일까지, 교통문화운동본부가 만65세 미만 성인남녀[각주:1]를 대상으로 실시한 "비고령자가 보는 고령자 교통이용에 대한 의식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5.9%가 "고령자가 자리양보를 요구하는 고압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불쾌하다"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즉, 성인남녀 10명 중에 8명은 노인들의 고압적인 자리양보요구에 불쾌함을 드러낸 것이다.(4)

또한 응답자의 48.1%는 "자리양보는 노약자의 일방적인 권리가 아닌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답변하였다고 한다. 즉, 노약자석이 노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노인들 스스로가 인식하기를 촉구한 셈이다.


인식은 바뀌었다, 노약자석이 아닌 교통약자를 위한 자리로

옆나라 일본에서도 지난 7월에 같은 경우가 발생한 적이 있다. 그때에도 일본의 60대 할머니는 실버좌석에 앉아 있는 남자 고등학생이 자리를 비키지 않는다고 막무가내로 호통을 치면서 들고 있던 우산을 무기삼아 마구 휘둘렀다고 한다. 그렇게 우산에 맞은 고등학생의 코뼈가 부러지고 얼굴에 피멍이 들었다고 한다. 결국은? 경찰에 체포되었단다. 예전에도 자리를 안 비켜준다고 해서 여학생을 한번 때렸다가 훈방조치된 전력이 있어서 말이다.

[ 이미지 출처: 에이블뉴스 칼럼('10.3.12), "노약자석이 맞나, 교통약자석이 맞나" ] (3)


이런 문제를 원천적으로 없애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인식의 기준을 정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우선 노인들의 경우에는 그 자리가 "경로석"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노인들을 공경하기 위해서 만든 자리가 아니라는 당초의 취지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자리가 필요한 것은 "교통약자를 우선적으로 배려하기 위함"임을 알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새롭게 운행을 할 신형 저상버스에서는 "교통약자석"이라로 이름을 붙였다. 그게 더 정확한 표현인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배려"라는 거다. 절대 "양보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노인들에게 지하철을 무임승차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은, 그들이 몸이 약해서가 아니라, "경제적 능력이 취약"할 가능성이 높아서이다. 그런 것을 두고 배려라고 한다.

단지 "노인이기 때문에" 자리에 앉아야 한다는 것은 조금 이기적이다. 노인이라 몸이 약한데, 당당히 등산을 마치고 노약자석에 떡하니 앉아있는 분들을 보면, 그 분은 적어도 "몸이 약해"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그 분들은 다른 사람들과 같은 상황이 아닌 것인가?

사회적으로 배려할 수 있는 문화가 되었으면 오히려 낫겠지만, 지금과 같은 "강요" 속에서는 배려는 싹틀 수가 없다. 이건 이른바 학교에서는 "부당한 체벌"과 다를 것이 뭐가 있단 말인가?


성숙한 시민으로 가는 길, 그 "배려"에는 우리 사회에 도사리고 있는 잘못을 인식을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을 해야 할 것이다.



★ 참고 사이트

1. 한국일보 생활/문화('10.10.28), "노인들에 자리양보, 글로벌 에티켓일까"
3. 에이블뉴스 칼럼('10.3.12), "노약자석이 맞나, 교통약자석이 맞나"
※ 매일경제 칼럼('10.3.21), "[기자 24시] 국민소득 못따르는 국민의식"
※ 부산일보 칼럼('10.7.12), "[독자마당] 노약자석 노인 전유물 아니다"




  1. 교통전문시민단체인 교통문화운동본부(대표 박용훈)가 2010년 9월 1일부터 7일까지 수도권 거주 65세 미만 남녀들을 대상으로 벌인 '비고령자가 보는 고령자 교통이용에 대한 의식설문 조사' 설문에 참여한 1300명은 10대 17%, 20대 35%, 30대 28%, 40대 15%, 50대 1%로 구성됐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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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vivid-vivid.tistory.com BlogIcon Desert Rose2010.11.20 03:18 신고

    한국에 있는 특수한 예절들이 있지요.
    만나면 나이를 가장 먼저 뭍고 그러면서 서열이 정리가 되요.
    외국에서도 한국 사람끼리는 마찬가지더라구요.

    아직도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러운 배려와 자연스러운 친절이 조금은 어색한듯 해요!
    좋은 글!

    참 저희집에 이쁜 녀석이 입양이 되어왔습니다.
    나중에 보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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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s://naya7931.tistory.com BlogIcon 버드나무그늘2010.11.20 12:10 신고

      그러게요.. 그들 세대에서는 통용될 지 모르는 문화를 자꾸만 어린 세대들에게까지 주입하려고 하면서 발생하는 문화적 충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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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s://unalpha.tistory.com BlogIcon 언알파2010.11.20 05:42 신고

    오..공감가는 글입니다. 물론 저도 자리를 늘 양보하는 편입니다만, 그것이 노인에 국한되지않고 오랜시간 서있기 힘들어하는 꼬마아이라던가, 유모차를 가지고있는 엄마라던가 모두 불편한 교통약자들에게 양보한다는 개념이 더 맞는것 같습니다. 양보라는게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부분인 것이고, 제도적으로 일부 그런 좌석을 만들어주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부분이지만 노인이와서 무조건 비키라며 싸가지없다는 식으로 내모는 것은 사실 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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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s://rja49.tistory.com BlogIcon 온누리492010.11.20 06:04 신고

    저야 지금도 굳건하게 두 다리를 이용하는 편이지만
    물론 자리가 있으면 앉지만
    너무 자리를 강요하는 듯한 행동은
    좀 그렇단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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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s://naya7931.tistory.com BlogIcon 버드나무그늘2010.11.20 12:16 신고

      아이들에게 그런 모습이 "이상한 할아버지", "이상한 할머니"로 비쳐진다면.. 그렇게 강요하는 것이 잘못된 거겠죠. 세상이 바뀌었으면, 윗 사람들 생각도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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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수영2010.12.31 00:59

    ...와 진짜 짱이에요.. 진짜 요즘 자리양보 진짜 하기싫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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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s://naya7931.tistory.com BlogIcon 버드나무그늘2010.12.31 01:12 신고

      정말 노약자석이라면.. 어린아이부터해서 임산부나 그리고 젊더라도 몸 아픈 사람들 다 앉을 수 있어야 하는데, 무조건 노인들에게만 양보하라고 하는 문화나, 노인들이 당연히 그 자리는 내 자리다라고 생각하는 인식은 바뀌어야 할 여지가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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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해광2012.07.22 03:09

    자리를 양보하는건 어디까지나 선택이지 강요가 아니죠~!이 안좋은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재 어르신들과 동시대에 살고있는 우리 젊은 사람들이 확실히 깨닫고 고령자가 됐을 때 실천해야 할듯 싶네요~!현재 어르신들은 이미 이렇게 잘못된 인식이 사로 잡혀 있어서 바꾸기는 힘들꺼 같네요~:

    사로 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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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s://naya7931.tistory.com BlogIcon 버드나무그늘2012.07.22 15:13 신고

      네.. 잘못된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나이를 기준으로 성별을 기준으로 약자와 강자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몸이 약한 사람을 위해서 해당 좌석이 있어야하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