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의 습격 ㅡ 앉아서 당할 것인가? 미리 준비할 것인가?

2011. 3. 29. 23:57세상보기/조금 더 날카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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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통장의 이자가 12%이던 그 때

어렸을 때의 일이다. 내가 "국민학교"라는 곳에 불리는 곳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 그때 이름으로 "자유저축예금"이라는 요구불 통장이 있었다. 그 통장에 적용되는 이자율은 얼마나 "인출"없이 "입금"을 하느냐에 따라서 3개월마다 이율이 증가하는 통장이었다. 아마도 꼬박 인출하지 않고 1년을 맡기게 되면 거의 12%에 가까운 금리를 적용해 주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지금도 종종 인용을 하는 어렸을 때의 기억이지만, 문제는 그때는 대출을 받을 때 그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적용받았을 것이고, 입출금이 자유로운 "자유저축예금" 통장이 아닌 정기예금이나 다른 예금 상품이었다면 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던 "국민학생"이 이제 성인이 되어 취직을 하고, 월급통장이라는 것을 만들게 되었다.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통장은 자그마치 연 이율이 0.1%나 된다. (물론 우대를 받으면 3%까지 올라가긴 한다) 고작 한 세대가 성장하는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금리는 이처럼 비약적으로 저금리 기조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10대와 20대를 관통했던 IMF 그리고 카드대란
 

물론 그 사이에 어마어마한 사건이 있기는 했다. 바로 IMF 시기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국가신용위기의 시대가 그것이다. 일제강점기가 국가의 주권을 잃은 시기였다면, IMF 시기는 국가의 경제주권을 상실한 시기였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외채의 과도한 단기 차입"과 "충분하지 못한 외환보유고"를 그 이유로 꼽는 것이 타당할 듯 하다. 일부 기업들의 "대마불사"식의 문어발식 확장이 결국 나라 전체를 파국으로 만들어낸 셈이다. 하지만, 단지 그게 기업만의 탓일까? 사회 전반적으로 용인되던 "부채"에 대한 관용이 문제를 보다 더 심화시킨 것은 아니었을까? 


"부채의 습격"이라는 책은 IMF와 같은 거시적인 사건들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시기에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은 사실 우리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가계부채"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하긴 가계부채의 위험성은 내 나이 20대 때 이미 심각하게 느껴본 적이 있다. 아직 사회생활을 시작하지도 않았던 스물 한 살의 대학생들에게도 무분별하게 만들어줬던 신용카드. 어디 그 뿐인가? 신용카드를 한장 만들면 바로 그 자리에서 현금 만원을 주었었다. 친구들 대여섯 명만 모이면, 바로 그 날의 소주 한잔 비용이 만들어지는 셈이었다. 물론 다른 신용카드 회사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카드 돌려막기가 신용을 알차게 사용하게 하던 그 때, 그 안에 잠재되었던 위기는 2003년의 카드대란으로 우리 곁을 다시 찾아왔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신용불량자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뒤늦게서야 겨우겨우 대학생들의 신용카드 발급이 제한되었었다.

내 나이 10대가 IMF의 무서움을 느끼게 해준 시기였다면, 내 나이 20대는 신용이라는 것이 호락호락하지 않는 것이란 것을 알게 해준 시기였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는 전에 유래없이 낮은 금리에 접어들고 있다. 이제 은행의 그냥 통장에 돈을 넣어두는 것은 공과금을 납부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못해도 CMA 상품에 넣어두어야 푼돈이나마 이자가 붙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한때는 은행의 금리가 물가상승률도 따라가지 못해 마이너스 금리가 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말해 두지만, 이 모든 것들은 겨우 한 세대 안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가? 


겨우 한 세대만에 이렇게 많은 것이 일어나고 바뀌었다는 것을 달리 말하자면, 우리의 미래에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 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은 "저금리 시대"라고 한다. 그리고 마치 그것이 주구장창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처럼 말을 한다. 하지만, 금융기관들 조차도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우리나라의 금리가 이렇게 낮아질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지만, 결국 일은 벌어졌다.

자, 그렇다면 반대로 지금의 "저금리"가 금리 폭등으로 이어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부채의 습격"이라는 책은, 바로 그러한 금리가 인상되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될 첫 세대인 우리에게 미래의 모습을 전해주고 있다.

책은 전반적으로 우리와 가까운 영역에서 국제정세로 내용을 이어가고 있는데, 국제정세 부분은 많이 알려진 부분이기도 하고, 또한 실제로 2010년의 내용을 다룸으로써 사실과 조금 거리감이 있는 내용을 다룬 부분도 있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다만 우리 삶에 밀접한 부분에 대해서 다루는 부분만큼은 의미심장한 내용들이 많았다. 
다음은 내가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던 부분들이다.

ㅡ IMF 땐 기업이, 이제는 가계가 심판대에 오른다
ㅡ 부채의 1차 습격 대상: 자영업자, 카드 연체자
ㅡ 지금은 외관상 호경기일 뿐 섣불리 반등을 예측하지 마라
ㅡ 미국의 제로 금리가 끝나면 한국의 외국인 자본은 빠져나간다
ㅡ 인플레이션, 사전 경고가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ㅡ 대한민국이 남미를 닮아간다?
ㅡ 하우스푸어(House Poor), 내 집에 월세 150만원을 내는 집주인
ㅡ 100만원이 390만원으로, 원금상환일이 다가온다
ㅡ 부동산의 시한폭탄, 프로젝트 파이낸싱
ㅡ 잠재적 위험, 늘지 않는 인구와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
ㅡ 주택가격이 폭락한다, 절대 무리해서 사지 마라!
ㅡ 외국 채권자들은 빚을 탕감해주지 않는다


지은이인 더글라스 김은, 현재 세대의 많은 사람들이 고금리 시기의 삶을 살아보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상황은 어느 은행이나 은행의 금리는 무척이나 낮고, 집을 사는 데는 대출이 필수적이며, 신용카드의 사용은 너무나 보편적으로 되어 있다. 일본처럼 낮은 금리에서 돈을 모으느니 차라리 그 돈으로 의미있는 것을 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 많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같은 생각으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많은 생각들의 공통점은, 결국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고, 미래는 너무나 심플하게도 "저금리" 혹은 "고금리"인 동전의 양면 중에 하나로 나타날 것이라는 거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오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양극단은 서로 통한다는 부분에서 생각을 해보면, 지금과 같은 저금리는 결국 어느 순간 "고금리"로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당신의 부채가 당신을 지배하기 전에, 부채를 줄여라

우리가 돈을 버는 이유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다. 오죽하면 개처럼 벌어서 정승같이 쓰라는 말까지 있을까. 하지만 금리가 높아지는 순간, 우리가 돈을 버는 이유는 원금도 아닌 "이자의 이자"를 갚기 위한 것으로 전락할 수 있다. 정말 저금리인 5%로 돈을 빌렸다고 하더라도, 그 이자율이 10%가 되는 순간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는 자그마치 100%가 증가하는 셈이 된다.

보통의 가계가 현재 부담이 가능한 정도의 부채를 안고 있다면, 금리가 높아지는 순간 그 부채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번 쪼그라든 가계의 형편은 다시 펴지기가 쉽지 않다. 저금리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말이다.

[ 이미지 출처: 한국일보(11.10.21), "월세, 약자인 세입자 더 착취" "왜곡된 시장 합리적 변화" ] (1)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시기에 벌어졌던 하우스 푸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기가 좋은 듯 하지만, 사실은 그 바탕에는 불안감이 산재되어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참여했던 저축은행들이 급속도로 부실화되고 있으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인한 주택시장의 변화(전세의 급격한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쉽게 말해서 과거의 저금리 시절에 볼 수 있었던 모습들과는 다른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실들은 놀랍도록 고금리 시대의 전조현상과 닮아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은 쉽게 말하면 빚내서 돈 벌려고 했던 사람들이 급속도로 부채 상환을 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은 빚으로 돈을 벌 수가 없다는 것인데, 그런 상식이 실패하면서 결국 전세계적인 금융 위기를 몰고온 것이다.

참고 : 2010/01/07 - [세상보기/조금 더 날카롭게] - "상식의 실패" - 리먼 브라더스는 왜 파산했는가?


그리고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도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아니 초등학교 때부터 배웠던 상식을 떠올릴 때다. 우리가 빌린 돈은 결국 갚아야 하는 돈이고, 그 누구도 우리의 빚을 줄여주지 않는다는 사실. 생각하기 싫지만, 대한민국을 포함한 전세계가 고금리 상황으로 바뀌었을 때, 아마도 이 책이 그 상황을 예견한 선지적인 책이 되지 않을까?

방법은 하나다. 빚을 줄이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저축을 하라는 것이다. 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은 결국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것이지 누군가 선뜻 내어주지 않는다. 무리한 운동이 부상을 초래하는 것처럼, 대한민국의 무리한 빚잔치를 경계해야만 하는 이유는, 결국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우리의 뒤통수를 후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채의 습격, 조만간 닥칠 공격에 미리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 참고 사이트

1. 한국일보(11.10.21), "월세, 약자인 세입자 더 착취" "왜곡된 시장 합리적 변화"
※ 조선비즈(2012.08.11), "[Weekly BIZ] "경제위기 30년 이상 간다" … 빚 갚는 일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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