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경제를 읽는 기술"

2011. 10. 10. 23:55세상보기/조금 더 날카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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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책 한권 읽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학생이었을 때, 내가 좋아하던 곳이 도서관이었다. 물론 공부를 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그때 흠뻑 빠져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기 위해서였지만 말이다. 우리나라에 무라카미 열풍이 휩쓸고 지나가고도 몇 년이 지난 후여서 그런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은 늘 제자리에 있었고, 난 그런 와중에 전공 공부를 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빌리는 재미로 도서관에 드나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 난, 인생을 살면서 1000권의 책을 읽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때까지 읽었던 책이 벌써 200권은 된 것 같았으니까 남은 기간 동안에 한달에 2권씩만 읽어도, 1년이면 24년. 10년이면 240권.. 40년이면 1000권은 넘길거라고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학생 때 느끼던 풍요로운 시간의 배부름이었는지도 모른다.

알바 페이가 아니라 월급이란 것을 받게 되면서, 솔직히 말하면 부끄럽지만 한달에 책 한 권 읽기가 정말 쉽지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격증이나, 회사에 와서도 매달리게 되는 외국어 책을 펼칠 기회가 더 많으면 많았으니까.

학생 때보다는 한결 무거워진 지갑에 힘입어, 이제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대형 서점에서 북셀프로 직접 책을 사오지만.. 그 책은 그저 서재의 한 귀퉁이를 장식하는 일들이 많아질 뿐.. 그 책의 내용을 읽어보는 것은 차일피일 미루다가 끝내 진정 장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방 안에 있지만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는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던 내가 가끔 책이 읽고 싶어서 침대 곁에서 책을 읽다가 잠들면, 읽던 책을 그냥 바닥에 두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늘 방을 어지럽히는 내가 못마땅한 우리 엄니신은, 방바닥에 어질러진 책들을 책장에 여기저기 순서없이 막 꽂아놓고는 한다. 그럴 때, 내가 읽던 책을 찾아보려면, 책장 어딘가에 꽂혀 있을 책들을 막연히 찾아보아야만 한다. 분명 책은 방 안에 있지만, 내가 찾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경제"라는 것도 사실 그런 것이 아닐까? 우리는 매일매일 경제생활을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일하는 것도, 그리고 그렇게 번 돈을 소비하는 것도. 그리고 가끔은 저축을 하고, 또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는 것들도. 그것들은 내가 신문방송학과 경영학을 공부할 때 필수로 배워야 했던, "경제학 원론" 그 안에 너무나 딱 들어맞는 생활의 일부였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경제"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라고 착각하면서, 내 멋대로 우리나라의 경제 형편이나 앞으로 어떻게 돈을 굴려야 할까를 고민하면서 살아왔다. 적어도, "경제를 읽는 기술"이라는 책을 읽어나가기 전에는 말이다.


우리의 착각이 현실을 왜곡한다 ㅡ "분석, 정보, 이론"

사실 착각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자유다. 하지만 그러한 자유로운 착각이 만약 정책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라든가, 아니면 금융시장의 거대 플레이어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면, 그건 단지 착각이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이른바 "무기"가 되어 여러 사람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흔들 수가 있게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경제전문가들이 갖고 있는 경제예측에 대한 교만이다. 그리고 그들을 여전히 노스트라다무스의 후예들로 여기는 우리의 통념이다. 문제는 그것이다. (44p)

그들과 우리 사이에 놓인 슬픈 담장 앞에 서서 우리는 Intelligence가 설사 경제의 흐름을 알게 해주는 힌트라 할지라도 그것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이 거의 없음을 인정해야만 한다. (111p)

주류경제학은 뉴턴에게는 속된 말로 쪽팔리게, 하나의 이론으로 세계를 설명하는 어설픈 환원주의의 모습을 띠고 있다. 선형적인 인과법칙에 의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경제는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경제체계가 아니다. 경제는 비선형적이며 하나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무수히 많은 원인들이 있으며, 또한 결과 스스로가 자기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세계이다. (220p)
저자는 간단명료하게 우리가 착각 속에 살고 있는 3가지 화두를 던진다. 그것이 바로 기존의 내용을 "분석"하여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착각이고, 우리가 쉽게 "정보"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이고, "이론"적 토대 위에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이다.

경제학을 전공하지도 않았으면서, 나름 가방끝이 길다는 것을 티내기 위해서 괜히 복잡해 보이는 이론들을 줄줄 꿰어내던 내게 있어서, 책 속의 저자의 말은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한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던 그 얇디얇은 지식에 대해 스스로 부끄러울 수밖에 없게 한다.

기껏해야 코스피의 차트분석이나 개별 종목의 차트분석.. 이미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을 HTS의 공시사항, 그리고 "수급량"이라는 쌩기초 중의 기초를 가지고 주식 투자를 할지 말지를 고민했던 스스로의 모습에 부끄러울 수밖에 없던 것이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세가지 ㅡ "역사, 이슈, 트렌드"

그것은 아버지가 세상을 볼 때 쓰는 말투였는데, 그는 금융시장을 의심과 냉소가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강자의 갑옷에 생긴 틈이 자신에게 돈 벌 기회를 주길 기다리며 지켜보고 있었다. 하락세를 내다보는 모든 곰 투자자들처럼 아버지 역시 어떤 기업의 주식이 떨어질 걸 예상하고 주신을 사는 공매도에 직관적으로 관심을 가졌다. 광의의 의미로 이야기하면, 한 주에 100달러 하는 주식을 1천 주 산 뒤, 주가가 주당 50달러로 떨어지면, 흥미롭게도 5만 달러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 공매도는 약간 복잡한데, 처음의 100달러짜리 주식을 곰 투자자가 실제로 매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브로커를 통해 주식을 빌린 뒤 곧바로 판다. 늙은 곰 아저씨는 주식을 더 낮은 가격에 다시 사서 차액을 챙겨 넣기만 하면 된다. 주변의 모든 주주들이 자기 상처를 보듬으며 자동차와 집을 팔고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망하는 꼴을 지켜보는 가운데, 아버지와 같은 사람들은 그 재앙을 고스란히 즐기면서 돈을 세고 다음에 발생할 재난을 기다리는 것이다.

아버지는 내게 아무리 상황이 나쁘더라도 또다시 그만큼 나쁘거나 더 나빠지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아버지가 보기에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을 거야"라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말이었다. "아들아, 물론 그런 일은 생길 수 있어. 물론이고 말고, 역사는 항상 반복되니까." 이것이 아버지의 신조였고, 내 머릿속에도 오래도록 남아 있다.
ㅡ "상식의 실패", 33~34p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고, 수익률이라고는 (+)가 아닌 (-)를 나타내던 내 차이나 펀드를 환매하면서.. 역사는 반복되는 것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때의 난 아직 어리석어서 그 다음 반복의 순간 앞에 펀드를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그리고, 난 또 다시 내가 가지고 있는 펀드의 수익률이 +40%를 넘어서던 그 수익률이 채 5%밖에 안되는 수준으로 떨어진 것을, 그리고 10%를 넘어서던 다른 펀드의 수익률이 (-)10%로 변모하는 모습을 바라만 보아야 했다. 여전히 난 어리석었고, 역사의 반복앞에 힘없이 무너지는 그냥 평범한 개미일 따름이었다.

"경제를 읽는 기술"이라는 책 속에서는 명언이나 명작의 글귀를 인용하여 각 장의 처음을 연다. 그 중에서 가장 따끔했던 구절이, "나는 인간이 역사로부터 배우지 않는다는 사실을 역사로부터 배운다"(헤겔)라는 구절이었다.
위기란 역사 속의 이야기일 뿐 우리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역사 속의 교훈을 마음에 새기며 위기의 역사를 극복했다. 우리의 혁신적인 금융시스템, 기술발달, 노련한 정책은 현재의 호황이 과거의 호황처럼 몰락하지 않게 할 수 있다. 이번 호황은 다르다. (244p)
얼마나 멋지고 자신만만한 표현이던가! 그리고 2011년 현재, 세계는 다시 한번 위기 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있다. 그 안에서 휘청거릴 우리나라의 모습이 마치 데자뷰처럼 선명하지 않던가?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시나 어리석었던 나처럼 그것은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귀로 흘려들어왔다. 그리고 우리의 포트폴리오를 무너뜨리고 있는 지금에서야 다시금 귀 기울이지만.. 아마 이 불황이 끝나갈 무렵에는 다시 한쪽 귀로 흘려 버리겠지?


세상은 미쳐가더라도, 나는 정신차려야 살아남는다

자본주의 사회의 두려운 모습 중에 하나가, 사람들이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미쳐간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조금씩 자본으로 환원되어갈 때, 그 안에 있어야할 사람다운 모습들은 어느 순간 사라져가기 때문이다. 어쩌면 유물론이라는 것은 마르크스(맑스)가 애용하였다기 보다는 현대를 살아가는 자본주의 세계에서 보다 더 실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더욱 무서운 것은 그것을 사람들 스스로가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며, 암울한 미래를 그릴 수밖에 없는 것은 사람들이 그런 스스로의 모습이 "옳다"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꾸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그 부분들의 총합으로서의 세계는 결코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세상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상식의 실패"에서 보여준 "곰 투자자"와 같은 성향을 가지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세상을 보는 "관점"이라는 것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맹목적인 추종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올라만 가는 집값과 전세값. 미래 아이들의 수익을 모조리 가져와도 모자랄 정도로 높아만 가는 국가부채와 재정적자. 그리고 그런 와중에서도 아직 정신차리지 못하고 "공짜"에 미쳐버린 허황된 복지국가의 허상. 이런 것들에 대해서 우리가 제대로 정신차리지 못한다면, 결국 역사는 반복될 것이며, 그 안에 빠져 우리는 허우적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디 이제는 우리들이 역사로부터 배울 수 있는 오늘을 만들어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마도, 역사는 반복될 것이고, 또 언젠가의 우리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자산을 헐값에 내다팔아야 하는 슬픈 현실에 눈물 흘리겠지?


★ 참고 사이트

※ 조선비즈(2012.08.11), "[Weekly BIZ] "경제위기 30년 이상 간다" … 빚 갚는 일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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