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좇던 그때,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에서 다시 느끼다

2012. 1. 8. 15:50프로메테우스/나만의 생각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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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감사용"과 "천하무적 야구단"를 기억하는가

2004년 가을 극장가에는 "슈퍼스타 감사용"이라는 영화가 개봉되었었다. "프로야구 20년 역사상 은퇴 투수는 총 758명. 그 중 10승 이상을 거둔 투수는 126명 뿐이며, 1승 이상 거둔 투수는 431명. 나머지 327명은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야구계를 떠났다"는 카피.



프로야구에서 거의 매 경기에서 승패가 정해지지만, 그 1승이라는 것이 그저 팬으로서 바라보는 것과 경기에서 직접 선수로 뛰는 사람과 같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꿈을 던진 패전투수라는 감사용의 모습에 야구팬으로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영화 DVD 중에서 가장 으뜸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슈퍼스타 감사용 DVD"라는 것도 아마 그것 때문일 것이다.



그런 흐름 속에서 "천하무적 야구단"이라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연예계에서 나름 문제 있기로 소문난(?) 한때는 A급이었으나 B급으로 평가받던 연예인들이 모여서 아마추어 야구를 한다는 것이 그 모토였던 것 같다. 그때 단 1승을 위해서 노력하던 그 모습은 좋았었는데, 그 이후 "전국제패"라는 무모한 컨셉과 패배에 대한 몰가치한 판단으로 시청률이 떨어진 것이 폐지의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이 처음에 보여준 열정이나 패기만큼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될 것이다. 그것이 실제 우리가 바라보는 대부분의 사회인 야구에서 보여주는 실제 모습일 것이기에 말이다.


서울대에도 야구부가 있었다

서울대에도 야구부가 있었다는 것은 예전에 신문기사를 통해서 알게 되긴 했었다. 전설적인 패전기록을 가지고 있다는 정도였던 것 같다. 사실 그 똑똑하다는 서울대생의 야구 이야기는 어딘가 "그들만의 이야기"이자 나와는 공감되지 않을 그런 이야기로만 느꼈졌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겨왔는지도 모른다.

서울대 야구부는 1승 1무 265패(최대 연패 199연패)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팀이다. 사회인 야구가 아닌 정식 대학 야구부로서는 아마 가장 최저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1)


[ 동영상 출처: YES24, "이재익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 (2)

작가로부터 전해들은 서울대 야구부의 역사는 흥미롭다. 애초에 대학 야구부의 경우에는 모두 아마추어팀이었지만, 60년대에 대학 야구부가 고등학교생들을 특기생으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특기생의 입학을 거부한 서울대 야구부는 대학 야구리그에서 제명된다. 이후 70년대 후반에 다시 대학 야구리그에 포함되면서, 준프로 개념의 나머지 대학교 팀들과 순수 아마추어팀인 서울대 야구부의 경기가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어딘가 이야기가 닮아있지 않던가? 대한민국에서 공부로는 가장 최고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서울대"라는 곳이지만, 야구만큼은 다른 야구부와 달리 특기생 없이 순수한 아마추어들이 모여있는 곳. 자신만의 전문분야가 아닌 다른 곳에서 무언가를 도전하는 듯한 모습. 이 책을 읽어볼만 하다고 생각한 시점은 아직 책이 내 손에 들어오기 전인 바로 YES24의 작가의 이야기를 들은 뒤였다.

통산 1승은 2004년 9월 송원대에 2:0으로 이겼던 기록 1회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짐없이 대학리그에 참가하고, 일본 도쿄대와의 정기전을 진행하는 서울대 야구부의 모습을 보며 그들의 끈기나 그들의 노력만큼은 적어도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게 된 것이다.(3)


있을 법한 이야기, 정말로 있다면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책 맨 앞장에 있는 아인슈타인의 일화는, 야구라는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심오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잘난 투수라고 하더라도, 그 투수만의 노력으로는 "지지 않을 뿐,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 아무리 잘난 타자라고 하더라도 투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야구는 스타 플레이어 한명으로 이길 수 있는 경기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우리는 흔히 "잘난 사람"을 시기하고 질투하지만, 그들 역시나 그들 나름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이라는 소설 안에는, "서울대는 나와 성공가도를 달리다 단 한번의 사업실패와 불륜으로 바닥까지 떨어지는 주인공"과 "서울대를 나왔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서울대나 나왔으면서?'라고 볼 수도 있는 프로야구 2군 선수", "어린 나이에 취직해서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술에 취해 사장에게 성폭행을 당한 직원", "남편의 사업실패와 불륜에 대해서 흥분하지 않고 끝까지 이성적으로 이혼으로 대응하는 아내"와 같이 우리 주변에서 어쩌면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나온다.

정리하자면, "스스로 생각하기에 바닥까지 떨어지는 인생", "남들이 생각하기에 바닥까지 떨어졌다고 생각할 인생", "바닥까지 떨어졌지만 다시금 비상하려는 인생", "마음은 썩어문드러져도 겉보기에는 평온한 인생", 그리고 "수없이 많은 바쁜 삶을 살아가는 인생"의 모습이 소설 속에 담겨있다. 그것도 "야구"라는 것을 매개로 해서 말이다.



야구장에 내가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응원 갔을 때, 혹시라도 팀이 지고 있으면 난 늘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다"라고 하며 응원에 매진을 했었다. 인생을 꼭 빼닮았다는 야구를 응원하면서, 왜 난 실제로 인생에서는 그 야구의 교훈을 적용하지 못했을까? 단 한번의 실투, 단 한번의 실점이 마치 인생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 것처럼 생각하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그런 생각이 미치자 부끄러워졌다. 20년 이상 야구팬이었음에도 난 아직도 그걸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내가 생각으로 짓밟았던 그들의 인생 역시나, 실투가 있었고 실점이 있었지만 고작 5회 초에 역전을 당한 것에 불구하지 않던가? "미니쿠페를 사는 것"이 목표일 수도 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내는 것"이 목표일 수도 있다. "꿈을 좇아 2군이지만 프로야구 선수가 된 것"도 목표이며,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같이 살아가는 것"도 훌륭한 목표이자 꿈이 될 수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성공하였지만 인생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버겁게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비록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성공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꿈"과 "희망"을 이루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욱 행복해 보이는 것은 나 뿐일까?

그런 사람들의 "꿈"과 "희망"은 늘 우리 곁에 있을 수 있는 이야기고, 그렇다고 한다면 마음이 차갑게 얼어버린 사람들 마저도 응원의 박수를 칠 수 있지 않겠는가? 2012년의 시작을 알리는 첫 독서였지만, 내 서가에 아마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앞으로도 오랫동안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을 꽂혀 있을 것 같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 참고 사이트

1. 독서신문('11.4.7), "1승 1무 265패,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스러운 기록"
2. YES24, "이재익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3. 조선일보 사회('11.7.21), "[오늘의 세상] 4대21, 야구대결 5전 5패… 서울대가 도쿄대를 못이기는 이유는"
※ mbn뉴스('10.9.4), "만년 꼴찌 서울대 야구부 "그래도 승부 앞서 협력"


[ 위드블로그 베스트 리뷰에 선정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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