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라워즈 - 오히려 그리운, 그 시절 그 때의 이야기들

2012. 2. 27. 00:55일본문화

반응형


안타깝기보다는 그리움이 앞서는 그 시절의 이야기들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거야"라고 얼마나 많은 딸들이 같은 소리를 하던가. 아니 거의 대부분의 딸들은 그들의 "엄마"라는 모습을 보면서 같은 생각을 하지 않던가? 그리고 그 안에서 그녀들은 무언가 "한발 더 나아간" 스스로의 모습을 꿈꾸지만, 결국 같은 지점에서 같은 모습으로 좌절을 하고 만다.

그리고 살아가는 모습 역시나 그들의 "엄마"의 모습에서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만다. 결국 유전자가 만들어낼 수 있는 조합이라는 건 많지 않으니 말이다. 그녀들이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결국 그녀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환상 속의 거부가 아니었을까?

영화는 1936년부터 2009년에 이르기까지의 시간 동안에 담겨 있는 여섯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 자체가 여자들이니 주로 여자들의 시각에서 그녀들 스스로를 돌이켜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줄만한 영화가 되는 셈이다.


각자가 처해있는 상황에서 각자가 선택해야 하는 삶의 모습들을 보자면, 매 순간순간마다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의 모습이 어찌 보면 비슷해 보인다는 것은 그것이 바로 사람의 "인생"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결국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유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여자라서 차별받기를 싫어하면서, 자신에게 대시하는 남자는 "남자답지 못하다"라고 거절하는 모습은 그 시대를 대변하는 듯 하지만, 사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같은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이 사실이 아니던가?

오히려 그 당시에는 그랬던 사회 분위기에 그녀들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그러한 제약들이 상당 부분 풀려있는 현재에서도 같은 "이중성"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어찌보면 갑갑한 일이기도 하다. (특히 대한민국이라는 곳에서 말이다.)

차라리 그러한 모습들이 당연한 그녀들의 모습임을 인정한다면 나을 것인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런 스스로의 모습마저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보다 더 일반화된 것들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쩌면 아직은 "떨림"이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남아있던 옛날의 모습이 더 그리워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너무나 많은 것들을 이미 알아버린, 그리고 서로가 더 이상 떨리지 않는 시점이 된 것보다는 아직 모르고 있던 많은 것들이기에 그 안에서 의미를 더 찾아낼 것들이 많지 않겠는가? 숨은그림찾기의 답을 모두 알고 있는 상태에서 같은 그림을 본 들 재미는 반감되어버리고 마니까.

그런 점에서 지나간 과거 속에서 이루어졌던 많은 선택들, 특히나 애정관계에 있어서는 그 시절 꼰대들의 생각이 어쩌면 더 타당했을지도 모른다. (연애결혼보다 중매결혼의 이혼율이 더 낮다는 수치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지난 시간 속에 오늘의 문제에 대한 답이 있다


적어도 프로포즈라는 것이 "덜컥" 이루어졌던 낭만기 시절(60~70년대)이나, 프로포즈라는 것 자체가 없었을 그 이전 시절과 견주면, 이미 결혼이라는 것을 서로가 다 정했음에도 굳이 "프로포즈"라는 절차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노력해야만 하는 현 시대의 커플들은 보다 더 머리아플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적어도 감정적으로 불필요한 낭비를 지금처럼 하는 것이 보다 더 바람직하다고는 그다지 생각이 들지는 않으니 말이다.

"모순된다는 것이 나쁘지는 않고 그 복잡함이 인생의 재미"라고 영화 속의 소설가는 이야기를 했지만, 그걸 직접 닥쳐 살아가야 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타자의 재미를 위해서가 아니라면야 그런 모순이 좋을 리야 없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인스턴트적인 사랑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조금은 더 아날로그에 가까웠던 시대의 사랑법이, 그들의 책임감이 필요해지는 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그 시절을 그리워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우리에게 필요한 그 무언가라 지금은 결여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쉽게 결정하고 쉽게 행동할 수 없었던 여러 사회적인 장치들이 모두 해제된 지금에서야 생각하기 어려운 것들이, 그 당시에는 당연한 것들이었기 때문에.

"목욕물이 따뜻해서, 그리고 저녁이 맛있어서, 엄마가 되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냐?"는 영화 속의 히로스에 료코의 질문에는 과연 우리나라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몇 명이나 그 질문에 대답을 할 수가 있을까?


남녀가 합법적으로 2세를 가질 수 있는 "결혼"이라는 제도는 인류가 만들어낸 문화와 세상을 세상을 지속시킬 수 있었던 가장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세대와 세대를 이어나간다는 것은 쉽지 않았겠지만, 그 안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아낸 사람들이 먼저 방법을 만들어낸 것이겠지. 사랑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찾아내는 것"이었을 테니까.


인생을 단지 "즐기는 것"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하루라는 시간을 그냥 헛되이 보낼 것이 아니라, 소중히 할 수 있는 사람과 소중히 만들어가야 하는 것까지를 생각할 수가 있다면, 그것이 어쩌면 가장 큰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 분명하다. 그 안에는 "선택의 포기"와 "생각한 것 이상의 희생"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지는 않을 테니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