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애의 온도, 우리 시대의 연애가 경험한 그대로의 연애담

2013. 4. 17. 00:14프로메테우스/나만의 생각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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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애는 다를 것이라는 착각이 이별을 부른다

쉽게 사람을 만나고, 쉽게 사랑을 하고, 그리고 또 쉽게 이별을 하는 것이 어쩌면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린 세상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현재 우리의 연애에 있어서 이별이란 그저 스쳐 지나갈 시간의 흐름일 뿐이고, 또 다른 만남을 늘 준비하고 있는 것이 결국 가장 청춘스러운 것일지로 모르니까 말이다.

사람을 만나 결국 결혼하던 이전 어르신 세대의 연애관과는 달리, 쉬운 이별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언젠가부터 "100일"을 기념일로 강력하게 챙기게 된 것이 그만큼 100일이라는 채 석 달 정도의 시간도 연애를 이끌어가기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일상적인 연애에 있어서 영화나 드라마나 소설에서 본 그 극적이고도 로맨틴한 연애의 모습은 평범한 나역시도 그런 극적인 연애를 하게 될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일상의 연애는 결국 비슷비슷할 수밖에 없음에도, "나만은"은 그리고, "우리만은" 아닐 것이라는 헛된 믿음이 결국 예정된 이별을 더욱 빨리 오게 만드는 것이다.

□ 영화 "연애의 목적", 티저 예고편


모두가 뻔하게 생각하는 연애 이야기에 공감이 생기다

어쩌면 영화 "연애의 온도"가 보여주고 있는 연애 이야기는, 본인들 스스로의 이야기, 혹은 친구들의 이야기, 아니면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와 별반 차이가 없다. 그만큼 이미 연애 이야기는 쌔고쌘 그냥 평범한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쌔고쌘 이야기에 왜 사람들이 열광을 하는 걸까? (심지어, 19금 영화로 설정되었음에도..)

그건 아마도 이제는 연애에 닳고 닳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지만, 언젠가 느꼈을 그 "연애의 답답함"에 대한 공감이 아닐까?라고 나는 생각을 해본다. 어려운 수학 문제에 봉착했을 때, 그냥 한 문제 포기하고 넘어가면 마음 편할 것을..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애써 낑낑대던 그 때 그 날의 스스로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지금처럼 익숙하지 않았던 그 시절에 대한 추억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타당할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흐름은,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이나, 아니면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던 것과 비슷하다. "건축학개론"과 "응답하라 1997"은 컨텐츠 자체가 90년대라는 시간적 배경을 가지고 있었던 반면에, 영화 "연애의 온도"는 영화 속의 두 주인공들의 모습이 흡사 20대 중후반의 신입사원~대리때까지의 스스로의 모습을 뒤돌아볼 수 있게끔 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애의 온도는 시작된다

□ 접속무비월드, 이민기, 김민희의 연애의 온도 


연애와 결혼은 다를 수밖에 없다. 나와 유전적으로 다른 사람을 찾는 연애와,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찾는 결혼. 나와 유전적으로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찾는 다는 것은 그 가능성이 애초에 별로 높지가 않다. 여러번의 연애가 각각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고, 이별로 종착할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그런 차이점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가 하면, 연애도 없이 소개를 받아 몇 달만에 바로 결혼할 수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생각하자면 이와 같은 연애와 결혼의 매커니즘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가 있다. 

다만 어렸을 때는 동물적인 판단이 앞서고, 나이가 들어서야 비로소 이성적인 판단이 앞선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어린 사람들이 결혼을 생각하기 어렵고, 나이든 사람들이 연애에 흥미를 못 느끼게 되는게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판단의 기준이 "연애"보다는 "결혼"에 가까워진 서른 세살의 남자에게는, 영화 "연애의 온도"는 지나간 연애사의 기억을 일깨워주는 영화로 와닿았다.


영화 "연애의 온도"는 두 주인공 이동희(이민기)와 장영(김민희)의 이별로 시작된다. 이별했음에도 서로가 아무렇지 않다고 호언장담하는 두 사람. "이런 닝겐(인간) 주제에..."라는 생각이 들 즈음 이어지는 헤어진 두 사람의 끈질긴 미련은 예전에 보았던 드라마 "연애시대"를 방불케할 정도였다. 다만, 19금이라는 영화에 걸맞게 그 표현이 조금은 더 영화가 사실적으로 보였지만 말이다.

서른이 넘어서서 가치관이 "연애"보다는 "결혼"으로 확립된 경우라면, 연애의 이별에는 둔감해질 수 있을 것이다. 평생을 고민하는 결혼 생활의 미래사에서 기껏 몇 년의 연애사는 주된 관심사가 아닐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영화 "연애의 온도"에서 이민기와 김민희가 "대리" 직급이었음을 감안하면, 서른 남짓의 그와 그녀의 뜨거운 이슈는 곧 "연애"였을 것이고, 그 연애사에 집중된 시각에서 바라보자면 그 "시작"도 "끝"도 두부 자르듯, 무 자르듯 경계가 명확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나 영화에서처럼 겁나게 서로 싸우고 헤어지는 경우라고 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명확하지 않은 이별은 이민기와 김민희를 다시 만나게끔 한다. 영화 속 대사에서, 다시 만남을 이어가려는 이민기에게 김민희는 헤어진 남녀 중에 82%가 이별 후에 다시 사귀게 되지만, 그렇게 다시 만난 사람들 중에 97%는 처음 헤어진 이유와 같은 이유로 헤어지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연애의 시작은 두 남녀의 "다름"에서 비롯되지만, 연애의 끝으로 흔히 생각하는 "결혼"은 "같음"으로 정해지기에, "다름"에서 만들어진 이별의 원인은 처음 헤어진 것과 동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그 "다름"을 연애를 하는 남녀가 극복해내기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여자(김민희)에게 남자(이민기)는, 로또의 확률 814만분의 1의 확률을 말하면서 여자를 안심시킨다. 로또의 당첨자가 그 불가능한 확률에도 매주 나오듯 3%의 확률은 그만큼 비약적으로 높다는 것을 말하면서 말이다.

이 장면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겪었을 과거 거쳐온 연애사의 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과거의 그녀에게 혹은 그에게 우리가 이야기했을 바로 그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고작 "추억"에 불과하다는 것은, 실제로 그렇게 되지 않은 대부분의 97%의 사람들이 바로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서로 다른 줄 알았던 두 사람이 알고 보니 서로가 같았다라는 커플이 아니고서야, 서로 분리된 "연애"와 "결혼"이 하나로 이어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이미 시간이 훨씬 흘러버린 지금에서야 깨닫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추억이 만들어진 것은 우리의 잘못, 스스로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는 과거의 그녀를 혹은 그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다만 그 안에서 발견하게 되는 "다름"이라는 가치를, 그 "다름"이 만들어내는 효과를 젊고 어리다는 이유로 당연히 낮게 보았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비록 경험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어리고 젊은 사람들이 경험이 부족한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그런 경험의 부족 속에서도 사랑한 순간만큼은 뜨껍게 불타올랐을 터이니 그것으로 이미 충분하다. 지금은 그 사랑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만, 추억의 한 자리를 일부러 지워낼 필요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도 결국 사랑을 확인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는가.

사랑이 추억으로 "박리"되는 것도, 심지어 첫사랑마저도 "추억'이 되어버리는 것은, 지나간 시간을 그저 지나간 시간으로 떨어뜨려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그만큼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겼다는 것이 아닐까? 우리의 오늘의 하루는 내일을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이고, 오늘의 가치는 늘 어제의 추억에 앞서니까.

영화 "연애의 온도"는 우리의 지난 시간에 대한 추억이자, 빛바래지는 오래된 사진첩을 다시 꺼내본 듯한 기억의 흔적찾기였다. 사진첩이 다시 책장에 꽂히듯, 결국 우리에게 소중한 오늘의 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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